평소 산책을 좋아하지 않는 작가는 연애를 산책에 빗대어 표현하였습니다.
저는 반대로 산책을 좋아합니다.
스마트폰도 보지 않고,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어슬렁 걸어다니며 사람을 구경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러다가 가끔은 내 자신을 들여다 보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요.
작가도 연애를 하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산책을 하며 풀었던 것 같습니다.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자신과 가까움에게로 돌아가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타자에게 다가갈 것인가?
- 뤼스 이리가라이, <사랑의 길>
작가님의 말처럼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때로는 희생을 요구할 수 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짐을 만들기도 하고, 선택을 강요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릅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인해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용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들이 우리를 성장시키기 때문에 사랑이 숭고하고, 아름답고, 세대와 지역을 초월하는 주제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렵지만 우리가 타인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아닐까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좋은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정치에 관해 말하든, 법에 관해 말하든 분노나 용서에 관해 말하든 사랑을 빠뜨린 적이 없다.
사랑이 결여된 인간은 정치도, 법도, 분노도, 용서도 올바르게 행할 수 없다.
사랑으로 그것을 다룰 때 인간은 이 세계의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정치와 법을 세우고 분노와 용서가 인간을 장악하지 않을 수 있도록 계도한다.
이것이 내가 이해한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이다.(사실 호소에 가깝다.)
나는 그 사랑 때문에 마사 누스바움의 모든 저작을 사랑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랑이 결여된 채고, 이 세계를 건설하고 통치한다.
사랑 말고 다른 많은 것이 이 세계를 장악하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 <사랑과 연애> 63쪽
이 책은 작가의 일기 같아요.
마치 산책을 하면서 생각나는 사건과 감정을 정리한 책이랄까.
작가 스스로도 얘기합니다.
작가가 수기로 쓴 글감을 타이핑하고 재배열한 책이기 때문에 그냥 펼치는 대로 아무 곳에서나 읽기를 시작해도 좋다고요.
이 책은 완독할 필요도 없고, 얇고 가볍기 때문에 손에 들고 다니다가 펼쳐지는 대로 읽어보면 좋겠어요.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사랑의 대상이 포괄적이라서는 아닐까요?
연인, 부모, 형제, 가족, 친구, 사회, 약자 등등...
유심히 살펴 걷지 않으면 금방 길을 잃을 단어들이 이 책에는 많이 있다...곰곰이 걷는 길에 우리가 어느 문장에서 마주칠 수 있기를
- 유진목
산책과 연애 - 교보문고
산책을 하다가 산책을 보고 연애를 하다가 연애를 보는산책을 하다가 산책을 보고, 연애를 하다가 연애를 보는,『산책과 연애』는 보는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이 보이고, 시인의 생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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